'시' 카테고리의 글 목록 (2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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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정지용 향수 (鄕愁) 정지용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질화로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안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하늘에는 성긴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 2023. 12. 27.
쉽게 씌어진 시/ 윤동주 쉽게 씨워진 시 (詩) 창(窓)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시인(詩人)이란 슬픈 천명(天命)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詩)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 내 포근히 품긴 보내 주신 학비 봉투(學費封套)를 받어 대학(大學)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敎授)의 강의를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들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沈澱)하는 것일까? 인생(人生)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詩)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창(窓)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時代)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最後)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慰安)으로 잡는 최초.. 2023. 12. 18.
오감도 시제 6호/이상 _앵무 앵무 ※ 2필 2필 ※ 앵무는 포유류에 속하느니라. 내가 2필을 아는 것은 내가 2필을 알지 못하는 것이니라. 물론 나는 희망할것이니라. 앵무 2필 "이 소저는 신사이상의 부인이냐" "그렇다" 나는 거기서 앵무가 노한것을 보았느니라. 나는 부끄러워서 얼굴이 붉어졌었겠느니라. 앵무 2필 2필 물론 나는 추방당하였느니라. 추방당할것까지도 없이 자퇴하였느니라. 나의 체구는 중추를 상실하고 또 상당히 창랑하여 그랬든지 나는 미미하게 체읍하였느니라 "저기가 저기지" "나" "나의 - 아 - 너와 나" "나" SCANDAL이라는 것은 무엇이냐 "너" "너구나" "너지" "너다" "아니다 너로구나" 나는 함뿍 젖어서 그래서 수류처럼 도망하였느니라. 물론 그것을 아 아는 사람 혹은 보는 사람은 없었지만 그러나 과연 그.. 2023. 12. 9.
별헤는 밤/윤동주 별 헤는 밤 윤동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 된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참,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봅니.. 2023. 12.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