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헤는 밤/윤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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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헤는 밤/윤동주

by mkg01 2023. 1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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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헤는 밤

윤동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 된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참,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슬이 멀 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게외다.

 

 

 

 

 

 


작가 : 윤동주(1917년  12.30~19452월 16일) 북간도 출생. 일제강점기의 독립운동가, 시인, 작가

연희 전문학교를 거쳐 일본에 유학

1943년 독립운동의 혐의로 일본 경찰에 검거되어 규슈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옥사 하였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윤동주의 사후 출판된 유고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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