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카테고리의 글 목록 (5 Page)
본문 바로가기

19

사랑의 비밀/이반 투르게네프(러시아소설가,시인) 꽃망울이 터지는 순간을 기다려보았는가. 굳게 다문 꽃잎들 눈에 보이지 않게 시나브로 부풀어 오르고 펼쳐져 활짝 만개하는 그 황홀한 순간 그 순간을 기다려 보았는가. 하지만 우린 번번이 때를 놓친다. 꽃은 제 스스로 피어나는 그 은밀한 순간을 다른 이에게 결코 들키지 않으므로 기다리고 기다리다 잠깐 한눈파는 순간 꽃은 이미 해해대며 피어 있다. 아무도 보지 못할 때만 꽃은 불꽃처럼 찬란히 모습을 드러낸다. 그 누구도 모르는 순간, 그러나 돌아보면 본시 그랬던 것처럼 거기 피어 있으니 그것은 꽃들의 비밀 또한 그대 자그마한 사랑의 비밀. 시나브로 :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조금씩 2021. 5. 28.
우리 사랑은 /E스펜서 (영국시인) 어느 날 나는 그녀의 이름을 백사장에 썼으나 파도가 밀려와 씻겨 버리고 말았네. 나는 또다시 그 이름을 모래 위에 썼으나 다시금 내 수고를 삼켜 버리고 말았네. 그녀는 말하기를, 우쭐대는 분 헛된 짓 말아요. 나 자신도 언젠가는 파멸되어 이 모래처럼 되고 내 이름 또한 그처럼 지워지겠지요. 나는 대답하기를, 그렇지 않소. 천한 것은 죽어 흙으로 돌아갈지라도 당신은 명성에 의해 계속 살게 되오리다. 내 노래는 비할 바 없는 당신의 미덕을 길이 전하고 당신이 빛나는 이름을 하늘에 새길 것이오. 아아, 설령 죽음이 온 세계를 다스려도 우리 사랑은 남아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되오리다. 2021. 5. 28.
사랑에 빠질 수록 혼자가 되어라/릴케(독일시인) 사랑에 빠진 사람은 혼자 지내는 데 익숙해야 한다. 사랑이라고 불리는 그것 두 사람의 것이라고 보이는 그것은 사실 홀로 따로 따로 있어야만 비로소 충분히 전개되어 마침내는 완성될 수 있는 것이기에. 사랑이 오직 자기 감정 속에 들어 있는 사람은 사랑이 자기를 연마하는 일과가 되네. 서로에게 부담스런 짐이 되지 않으며 그 거리에서 끊임없이 자유로울 수 있는 것. 사랑에 빠질수록 혼자가 되어라. 두 사람이 겪으려 하지 말고 오로지 혼자가 되어라. 2021. 5.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