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씌어진 시/ 윤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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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씌어진 시/ 윤동주

by mkg01 2023. 1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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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씨워진 시 (詩)

 

 

 

창(窓)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시인(詩人)이란 슬픈 천명(天命)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詩)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 내 포근히 품긴

보내 주신 학비 봉투(學費封套)를 받어

 

대학(大學)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敎授)의 강의를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들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沈澱)하는 것일까?

 

인생(人生)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詩)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창(窓)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時代)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最後)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慰安)으로 잡는 최초(最初)의 악수(握手)

 

 

一九四二年六月三日 (1942년6월3일)

 

 

 

 

 

윤동주   (1917. 12. 30.~ 1945. 2. 16.) 

독립운동가, 시인

1917년 12월 30일 동간도 명동촌에서 태어났다.

 

명동학교, 광명중학교를 거쳐 서울 연희 전문학교를 졸업하였다.

연희전문학교 2학년 때 소년지에 시를 발표하고  정식으로 문단에 등단하였다.

1942년 12월 27일 연희전문학교 졸업할 무렵 틈틈이 썼던 시들 중 19편을 골라 시집 하늘과 바람과 시를 내려하였지만 주위의 만류로 인해 뜻을 미루고 원고를 정병욱에게 준 후 일본대학으로 유학준비를 하게 된다.

후에 정병욱은 학병으로 강제징병되고, 그 원고를 어머니에게 맡겼으며, 정병욱의 어머니는 일제의 눈을 피해 우리말로 쓴 시집을 항아리에 담아 집에 보관하셨다고 한다.

1943년 교토 도시샤대학(영어영문학과)에 입학하였다.

도시샤 대학교는 윤동주가 가장 좋아하는 시인 정지용이 다닌 학교이다.

그는 일본경찰의 감시를 당하고 있었으며

1943년 7월 14일  사상범으로   일본 경찰에 체포되고 만다.

교토지방재판소에서 송몽규와 함께 치안유지법 제5조 위반죄로 징역 2년을 선고 받고 후쿠오카 형무소로 이송된다.

교토지방재판소 기록

" 윤동주는 어릴적부터 민족학교 교육을 받고 사상책을 심독했으며

친구 감화 등에 의해 대단한 민족의식을 갖고 일본과 조선의 차별 문제에 대해 

깊은 원망의 뜻을 품고 있었고, 

조선 독립의 야망을 실현시키려 하는 망동을 했다"

 

1945년 2월 16일  27세의 나이로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옥사하였다. (고종사촌형인 송몽규 또한 재교토 조선인 학생 민족주의그룹 사건 책동;이란 혐의로 체포, 징역2년형의 판결을 받고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의문의 죽음을 맞게 된다.)  모두 사유가 생체실험때문이라는 견해가 있다.

사후 1948년 2월  윤동주의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출간된다.

 

 

 

 

 

 

쉽게 씌어진 시는 1947년 2월 13일 경향신문을 통해 공개되었다.

식민지 지식인의 고뇌와 반성을 고백했다. (자유시,서정시)

 

일제강점기 시대 자신이 시를 쓰는 것에 대해 고민하며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고싶어 하는 지식인의 고뇌와 자기 성찰을 나타내었다.( 자신의 삶의 모습을 부끄러워하고 있으며 이러한  " 현실적 자아"와  그것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 내면적 자아"가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두 자아는 대립과 화해를 통해  자신의 삶에 대해 반성과 성찰을 하고 있다.

 

밤비, 어둠과 등불,아침의 상징적 시어를 사용하여 어둠과 밝음의 상징적시어가 대립하고 있다.

어둠은 일제 강점기의 암울한 현실을 나타내고 있으며, 아침은 밝은 미래 (조국의 광복)을 뜻한다.

부정적 현실에 대응하지 못하는 자신의 무력함을 부끄러워하는 하면서도

대립적 시어를 통해 현실 극복의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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