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_쉽게 씌어진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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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_쉽게 씌어진 시

by mkg01 2024. 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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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씌어진 시

윤동주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 (六疊房 ) 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 天命 )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 詩 )를 적어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 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들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 沈澱 )하는 것일까?

 

인생 ( 人生 )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 六疊房 )은 남의 나라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1942년 6월 3일

 

 

 

 


 

시의 갈래- 자유시 , 서정시

 

 이시는  현재 세상에 알려진 윤동주 시인의 마지막 시라고 합니다. 

이 시를 쓴 후 1년 뒤 윤동주는 일본 경찰에 체포되어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복역하다가 옥사하였습니다.

 

1942년 일본 유학 생활 당시 자아성찰을 통한 어둡고 암울한 현실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낸 시입니다.

"육첩방"이란 일본식 다다미 방을 말하며, 이국에서의 삶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화자는 "시가 쉽게 씌어지는 부끄러움(제제)"을 통하여 

 식민지시대의 어두운 현실을 살아가야 하는 지식인으로서의

자기 성찰과 반성 그리고  극복 의지, 저항적 의지를 보여줍니다.

 

 

'늙은 교수의 강의를 들으러간다'--

일제 강점기의 치열한  삶 속에서 화자는 편하게 강의를 듣고

현실과 동떨어진 무기력한 삶을 살고 있는

부정적인 모습입니다.

 

시가 쉽게 씌여지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 반성적 자기 성찰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등불과 어둠 두 상징적 시어를  대립시켜 놓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상기하며 -광복(희망찬 미래)를 희망하며

"최후의 나"는

무기력하고 반성적인 모습에서 성찰을 통해 성숙해진  자아가 됩니다.

 

 

마지막 연에서

나(이상적, 본질적 자아)는 나에게( 현실적 자아)에게

 

손을 내밀어 대립되는 두 자아는 화해를 하게 됩니다.

 

 

 

2023.12.18 - [시] - 쉽게 씌어진 시/ 윤동주

 

쉽게 씌어진 시/ 윤동주

쉽게 씨워진 시 (詩) 창(窓)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시인(詩人)이란 슬픈 천명(天命)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詩)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 내 포근히 품긴 보내 주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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