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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침묵하세요/밀란 쿤데라(체코시인, 소설가) 사랑에 대해서 나에게 말하지 말아요. 마치 벌레가 나무를 갉아먹듯 난 그대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듣고 있어요. 사랑해요, 사랑해요, 사랑해요.... 난 알아요. 당신의 심장이 다른 연인의 곱슬머리로 칭칭 감겨있음을. 그것이 저의 머리카락이라고 둘러대지 말아요. 난 믿지 않아요. 당신의 말은. 그대의 말은 항상 갈대숲과도 같아요. 당신은 모자를 눌러쓰고 코트에 얼굴을 파묻은 채 서둘러 그 뒤로 숨어 버리곤 하지요. 하지만 난 당신을 보고 있어요. 그 말 뒤에 숨어 있는 당신을 보고 있어요. 난 알고 있어요, 그 문을 문 위에 새겨진 그 이름을 당신의 온몸을 떨리게 만드는 그 열정의 온도를 난 느낄 수 있어요. 난 보고 있어요. 두리번거리는 당신의 두 눈을, 부끄러움에 가득 찬 겁먹은 두 눈을. 처음에 .. 2021. 5. 28.
인생예찬/ 롱펠로우 슬픈 곡조로 내게 말하지 말라 인생은 한낱 공허한 꿈일 뿐이라고 잠자는 영혼은 죽어있는 것이니 만물은 보여지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인생은 참되다. 인생은 진실하다 무덤이 인생의 목표가 될 수는 없다. '너는 본시 흙이니. 흙으로 돌아가라' 이 말은 영혼에 대한 말이 아니다. 우리가 가야할 곳, 또한 가는 길은 향락도 아니고 슬픔도 아니다. 저마다 내일이 오늘보다 낫도록 행동하는 그것이 목적이요, 길이다. 예술은 길고 세월은 덧없어, 우리의 심장이 힘차게 움직일지라도 여전히 숨죽인 북 같이 울리고 있다. 무덤을 향한 장송곡처럼... 이 세상 드넓은 싸움터에서 인생의 거친 야영지에서 말 못하며 쫓기는 짐승이 되지 말고 싸워서 이기는 영웅이 되어라. 아무리 즐거워도 미래를 믿지 말라! 죽은 과거는 과거 속.. 2021. 5. 28.
사랑의 비밀/이반 투르게네프(러시아소설가,시인) 꽃망울이 터지는 순간을 기다려보았는가. 굳게 다문 꽃잎들 눈에 보이지 않게 시나브로 부풀어 오르고 펼쳐져 활짝 만개하는 그 황홀한 순간 그 순간을 기다려 보았는가. 하지만 우린 번번이 때를 놓친다. 꽃은 제 스스로 피어나는 그 은밀한 순간을 다른 이에게 결코 들키지 않으므로 기다리고 기다리다 잠깐 한눈파는 순간 꽃은 이미 해해대며 피어 있다. 아무도 보지 못할 때만 꽃은 불꽃처럼 찬란히 모습을 드러낸다. 그 누구도 모르는 순간, 그러나 돌아보면 본시 그랬던 것처럼 거기 피어 있으니 그것은 꽃들의 비밀 또한 그대 자그마한 사랑의 비밀. 시나브로 :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조금씩 2021. 5. 28.
우리 사랑은 /E스펜서 (영국시인) 어느 날 나는 그녀의 이름을 백사장에 썼으나 파도가 밀려와 씻겨 버리고 말았네. 나는 또다시 그 이름을 모래 위에 썼으나 다시금 내 수고를 삼켜 버리고 말았네. 그녀는 말하기를, 우쭐대는 분 헛된 짓 말아요. 나 자신도 언젠가는 파멸되어 이 모래처럼 되고 내 이름 또한 그처럼 지워지겠지요. 나는 대답하기를, 그렇지 않소. 천한 것은 죽어 흙으로 돌아갈지라도 당신은 명성에 의해 계속 살게 되오리다. 내 노래는 비할 바 없는 당신의 미덕을 길이 전하고 당신이 빛나는 이름을 하늘에 새길 것이오. 아아, 설령 죽음이 온 세계를 다스려도 우리 사랑은 남아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되오리다. 2021. 5.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