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운1 님의 침묵 /한용운 님의침묵한용운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세( 盟誓 )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 (微風)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 指針 )을 돌려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 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 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슬데없는 눈물의 원천( 源泉)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 2023. 12. 28. 이전 1 다음